행운아 우주?

UN UNIVERSO FORTUNATO?

© La Civiltà Cattolica, Q. 4090, 21 Nov 2020 IV, 356-367
파올로 벨트라메 Paolo Beltrame 신부 (예수회)
이창욱 펠릭스(바티칸 뉴스 번역가) 옮김

  우리의 우주는 생명을 위해 창조됐고1) 그 생명을 가능케 하고 성장시키며 진화시키기 위해 적절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아마도 우주의 일정 공간을 적절히 낭비함으로써, 생물학적 활동이 가능하도록 마련해주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날 우리는 우주의 크기가 920억 광년, 다시 말해 9 x 1023 km(= 9를 23번의 10으로 곱하는 것이기에, 9조 곱하기 천억 킬로미터)에 달한다고 관측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어쨌든 생명은 여기 존재한다. 비록 1천억 개의 은하계 가운데 한 은하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태양이라는 별, 그 주위를 따라 궤도를 그리며 공전하는 이 작은 혹성 위에서만 생명이 존재하거나, 나머지 우주 공간 곧 “낭비된 공간”에서조차 존재하더라도, 생명은 존재하는 것이다.

  그 존재는 분명하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가? 아마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신학자들, 철학자들, 우주학자들, 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수세기 동안 이런 질문을 제기해왔다. 어째서 자연법칙들은 살아있는 생명체의 발달을 허용할 정도로 그토록 치밀하고 정확한 방식으로 “미세 조정된” 것처럼 보이는가? 이는 우주론에서 “미세조정fine tuning의 문제”라고 부르는 개념이다. 이와 같은 수수께끼는 진리에 개방적인 마음과 정신을 가지고 창조에 열성적인 남녀 신앙인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주제임에 틀림이 없다.

  우주의 미세조정은, 비록 조금이라도, 물리법칙이 달랐다면, 생명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있다.2) 그런데 우리가 살펴보는 것처럼, 물리법칙들은 모든 가능성 가운데 한 가지 선택만 대변해주며, 이와 같이 특별한 법칙들에 지배 받는 우리의 우주를 극히 개연성이 희박한 것으로 만들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우주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고 경험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우주이다.

  물리법칙의 미세조정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어떤 바이올리니스트가 오케스트라 전체와 조화롭게 연주하도록 콘서트 시작 전에 자신의 악기를 조율하는 것에 감히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훨씬 더 “규모”가 크고 아주 더 정교한 경우가 자연법칙들에 대해서도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어떤 것이 “생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생물학 전문가가 아니기에, 우리는 기술적이고 복잡한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피하기로 하자. 그럼에도 생명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고 수긍한다면 우리는 지나치게 실수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떤 조건에서 생명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의 상황과는 완전히 다른 우주에서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3)

  그래서 “우리는 알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부정적인 일이 아니고, – 어쩌면 방법론적으로 훨씬 더 관련성이 있겠지만 – 과학(과 물리학)의 강점 중 하나는 고려 중인 현상을 이해하는 데 개념이나 크기가 필수적이지 않은 경우를 인식할 줄 아는 것이다. 고유한 연구 분야를 스스로 한정짓는 역량은 – 과학을 진지하고 정직하게 고려할 때, 과학이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처럼 – 모든 과학 사업 투자의 근간이 되는 요소이자 보증이다.

  주된 논제와 방법론

  우리 우주는 기술적인 용어로 “기초 보편상수”(普遍常數)universal constant라고 불리는 수치(數値)numerical value를 포함하는 물리법칙으로 표현된다. [수학적 공식에서] 법칙들이 우주의 문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수치 곧 숫자 값을 말하는 상수(常數)constants는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우주가 사용하는 구체적인 단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만일 물리법칙, 또는 상수가 달라진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질문해볼 수 있다. 여전히 생명이 가능할 것인가? 그렇다면 어째서 우주는 복잡하면서도 지각 능력이 있는 생명체의 탄생을 허용할 만큼, 그토록 정교하게 조율된 미세조정fine tuning이 됐다고 여길 수 있을까?

  우주학자들이 보통 행하는 일은 다양한 자연법칙들을 통해 가능한 우주를 연구하기 위해 컴퓨터로 복잡하고 거대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것이다. “만일 … 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라는 식의 가상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만일 중력 가속도 상수가 변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만일 전자 질량(電子質量)electron mass이 바뀐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만일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와 중성자를 결합시킨, 강력한 핵 상호작용이 달라진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그리고 만일 쿼크quark, 곧 양성자와 중성자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원자핵의 기본 입자)의 질량이 변한다면? 우주학자들은 물리적 모델의 자유 매개변수4), 다양한 근본적인 힘5), 열역학의 제2법칙6)뿐 아니라, 공간차원의 수(數)까지 바뀐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기에 이르면서, 한층 더 근본적으로 이런 식의 질문 방식을 택한다.

  이러한 연구들과 그 결과는, 비록 경험적으로 관측할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과학계에서 동의하고 확립된 사실들을 나타낸다. 그리고 자연법칙이 겨우 약간이라도 수정된 가설적 우주는 인간이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논고에서 우리는 단지 수많은 연구들 중에서 가장 의미 있고 이해하기 쉽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 연구만 선별하여 사례로 제시하려 한다.

  전자 질량

  첫 번째 사례는 아마도 충분히 아는 내용이다. 곧 전자 질량에 관한 것이다. 가능한 한 가장 간단하게 다루려 애를 쓰다보면, 그와 같은 소립자 질량과 긴밀히 서로 연결된 다른 많은 매개변수를 소홀히 다루게 된다. 어쨌든 이 질량 크기의 변화는 그 복잡성complessità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라 밝히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해 여러 양(量)은 단순하고 독립적이며, 분리된 방식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조화된 방식으로 변화한다. 여기서는 단순성semplicità에 관해 설명할 것이다.

  전자는 우주의 근본적인 소립자 중 하나이다. 전자는 원자핵을 따라 “궤도를 그리며 돌고”, 달리 말하자면 “확률적 분포의 공간”을 갖고, 그 질량은 아주 정확하게 측정된다. 전자의 무게는 9.10938215 x 10-31 kg(4.5 x 10-40 kg의 아주 정교한 수치, 다시 말해 측정량에 비해 약 5억분의 1 정확도로 언급)에 해당한다.7) 이 값은 보편적인 수치다. 전자는 우주의 어떠한 지점에서든 모두 동일한 질량을 가진다. 더 나아가 주목할 것은 이를 소립자 물리학의 표준모형Standard Model8)의 자유 매개변수free parameter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우주 역사에서 늦게 발생된 – 그리고 우리의 일상 삶에 가장 근접한 – 결과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만일 전자 질량을 약 3.5 x 10-28 kg로 늘린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화학은 완전히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견고한 행성도, 안정된 DNA 분자도, 뼈도, 세포벽도, 장기도, 그 어떤 생명도 없을 것이다.

  반면에 만일 더 원시적인 우주 시나리오를 – 다시 말해 우리가 약간의 지식을 가질 수 있는 “초기” 순간에 가장 가까운 시점, 곧 ‘빅뱅’Big Bang을 – 고려한다면, 약 2 * 10-30 kg로 전자 질량의 변화는 원시 우주에서 원자 형성을 가로막았을 것이다. 이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된] 핵이 그들을 따라 “궤도를 그리는” 전자들을 먹어치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우주는 완전히 붕괴되어 근본적으로 생명에 적합하지 않게 된다.

  중력 인력

  중력의 인력이 다른 우주를 가정할 수도 있다. 중력이란 자연의 기본적인 힘이다. 중력은 질량을 가진 물체를 붙잡고 있고, 사과나무의 사과처럼9) 그 물체를 떨어뜨리기도 하며, 태양계에서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행성들을 유지하고 규칙적이고, 정확하고, 우아하며, 조화로운 운동을 통해 은하를 움직이게 한다.

  뉴턴 이론에서 중력은 물체 자체 질량의 곱에 비례하는 인력의 법칙으로 설명된다.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에서 태어난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중력장(重力場)은 오히려 시공간과 시공간 격자의 섭동(攝動)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이는 단단히 마주잡고 있는 시트에 무거운 물체(사과, 책 등)를 위에 올려놓았을 때 그 모양이 변형되는 것에 비길 수 있다. 물리학에서 필드(場)란 공간의 위치와 시간의 크기를 표현하는 개체다(혹은 그 필드가 상대론적인 필드라면, 시-공간). 중력장은 “벡터 장(場)”이라 일컬어질 수 있다. 여기서 벡터는 – “길이”, 방향(direction), 화살의 머리(head)에 의해 주어진 – 생각했던 공간의 특정 지점에 위치한, 가상의 기존 단일 질량에 작용하는 힘을 나타낸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는 – 행성들, 태양계, 우리 자신은 – 이 천을 차지하고 경로에서 만나는 질량에 의해 야기되는 곡률에 따라 직선이 아닌 곡선의 궤적으로 이 “시트”에서 이동한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에서 매개변수 G는 – 뉴톤의 이론에서 물체가 떨어지는 가속도의 비례 계수로 이미 존재하지만 – 시공간 곡률을 지역 공간에 존재하는 물질 및 에너지의 양과 연관시키는 매개변수다. 이 매개변수의 수치를 비율상 조금이라도 수정한다면 우리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전혀 다른 우주를 생성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소량이라도 증가한다면, 빅뱅 직후에, 짧은 기간 내 모든 물질의 붕괴를 가져오고, 생명체가 발전하거나 복합체가 되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만일 (중력) 상수가 조금이라도 더 작아진다면, 원소들은 덩어리를 이루거나 은하수, 별, 행성과 생명체를 형성하지 못할 것이다.

  보편상수의 비개연성과 지적 설계자(Intelligent Designer)

  그러므로 물리학적 변수는 생명체가 발달할 수 있도록 극도로 정밀하게 조정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모든 값이 마찬가지로 가능할 수 있다. 사실 각 상수가 가정하는 정확한 값은 하나, 즉 “정확하게 수정 및 조정된” 값이며 여러 상수 중 하나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정확히 그 숫자가 꼭 발생할 확률은 무작위로 취한 다른 모든 옵션의 확률의 합보다 훨씬 낮다. 이는 38개의 숫자가 있는 아메리칸 룰렛 휠을 잡는 경우와 다소 비슷하다. 하나의 숫자(우리가 배팅했던 “그” 숫자)를 성공적으로 선택할 확률은 1/38(약 2.63%)인 반면, 다른 숫자를 얻을 수 있는 총 확률은 37/38(즉 97.37%)이다.10) 또한 우주학에서 가능한 상황들의 숫자는 38보다 훨씬 더 높은 숫자라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정확하게 미세 조정된 자연법칙과 보편 상수는 이 특별한 결과, 이 우주와 복합 생명체를 허용하기 위해 계획되었는가? 과연 우리는 인간중심 원리anthropic principle 혹은 지적 설계자Intelligent Designer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도록 논리적으로 이끌어졌는가?

  인간중심 원리에 관련해서는 두 가지 형태로 구별된다. 곧 약한 원리와 강한 원리다. 1973년 우주학자 브랜든 카터Brandon Carter11)에 의해 처음으로 도입된 ‘약한 인간중심 원리’는 다음과 같이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주 내 우리의 위치는 필수적으로 특권을 누린다. 왜냐하면 우리는 관찰자로서 우리의 존재를 통해 양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강한’ 인간중심 원리에 따르면, “우주는 우리 관찰자들이 창조되도록 작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이는 가장 적절하게 목적론적인 특성을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이 후자의 공식에서 존 배로우John Barrow와 프랭크 티플러Frank Tipler12)는 자신들의 저서 「인간중심 우주원리 The Anthropic Cosmological Principle」(1986)에서 새로운 정의를 다뤘다. 그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우주는 역사의 특정 시기에 우주 안에 생명체가 발전하도록 허용하는 특성을 틀림없이 가지고 있다.”13) 특히 약한 인간중심 원리를 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지에 대한 설명으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동어반복tautology으로 생각한다. 즉 “우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우주는 [자신의 법칙을 통해] 관찰자, 다시 말해 우리의 존재를 허용해야 한다.”14) 비록 설명할 만한 힘은 없지만, 어쨌든 이런 식의 동어반복적인 주장은 세상에 대한 과학적 이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양한 인간중심적 원리에서 파생된 가능한 입지라는 점을 넘어, 이러한 극도의 불가능한 조건은 하나의 설명을 요구한다. 그 설명이란 우리를 여기에 있게 하기 위해, 법칙들을 “인위적으로 동조시킨” 지적 설계자Intelligent Designer (초자연적인 최고 존재)의 실재를 인정하는 것이든, 우리의 구체적인 지식을 지지하고 능가하고 아직 연구해야 할 더 심오한 물리학 이론을 발견하는 것을 다루는 내용이다. 혹은 어쩌면 두 가지 장면이 공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중우주’와 ‘영구 급팽창’

  우주론의 무대에 다소 최근에 이르러 과학 집단에 뚜렷한 믿음을 주고 있는 듯이 보이는 모형이 나타났다. 여기서 다중우주와 급팽창을 고찰해보자.

  ‘다중우주’multiverse라는 시나리오는 어떤 의미에서 각 우주마다 자신의 물리법칙을 가지고 있는 우주의 다중성을 가상하면서 우리 물리법칙이 있을 법하지 않다는 극도의 불가능성의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한다. 통계적 관점에서 – 시간이나 공간에서 – 가능한 엄청난 사례들의 자료는 이들 우주들 가운데 하나가 생명의 복합체를 받아들이기 위해 적합한 법칙을 가지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다중우주’라는 시나리오와 결부되어 ‘우주의 영구 급팽창’eternal cosmic inflation 이론이 있다. 우리의 우주에서 급팽창은 탄생 시작 이후 약 10-35초에 시작됐고 10-34초까지 지속됐다. 이러한 시간의 극소한 경과 동안 우주의 용적은 적어도 80배(2 x 1080, 2 다음에 0이 80개가 나열되는 수치)나 배가됐다. ‘우주의 영구 급팽창’ 이론에 따르면, 이 급팽창 단계는 끝없이 “부풀어 오를” 우주의 대부분에서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각 우주마다 자신의 고유한 자연법칙을 가지고 있는 아주 많은 수의 우주를 끊임없이 낳고 있다. 우주 확장은 이러한 무한한 우주의 광경의 아주 작은 단면에서만 멈추게 되고, 우리의 우주는 급팽창이 멈췄다고 여겨지는 그 단계에 속할 것이다. “평행된” 우주들의 거대한 다양성은 동시에 발생하고, 그와 같이 우주 시나리오 안에 발생 가능성을 증가시키며, 우리의 물리법칙의 무한한 가능성의 수수께끼를 풀어준다. 즉, 만일 실현된 사례가 엄청나게 증가한다면, 시초에 매우 있을 법하지 않은 상황도 가능하게 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모델의 발명가들 중 하나인 앨런 구스Alan Guth에 따르면, 비록 급팽창은 일반적으로 미래에는 제한이 없겠지만, 과거에는 영원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15) 그뿐 아니라 루이스Lewis·반스Barnes·데이비스Davies와 다른 학자들의 연구를 고려해보면, ‘영구 급팽창’과 그 결과에 따른 ‘다중우주’는 아무런 대책 없이 열려져 있는 일련의 문제들을 남긴다(비록 많은 경우에 다중우주와 영구 급팽창의 모형에 대한 반론이 과학적이라기보다 오히려 철학적인 본질이 될 위험이 있지만). 사실 다중우주와 영구 급팽창은 미세조정fine tuning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어째서 물리학의 매개변수는 생명체를 수용할 우주를 확보하기 위해 그토록 정확하게 조정됐는가? 급팽창에 그 길과 끝을 제공해주는 역동성을 조절하는 급팽창의 시초인 영역은 – 물리학적 의미에서 – 어떤 것인가?

  그러므로 우리의 목표가 모든 것의 원인을 추구하는 것이 될 때야말로, 급팽창이란 오히려 하나의 결과이고 미세조정의 원인이 아니라는 주장이 가능할 것이다. 더욱이 영구 급팽창은 인간중심 원리의 특정 공식화에 찬성하는 주장이 될 수도 있다. 살아있고 감각이 있는 존재인 우리는, ‘다중우주’ 안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우주의 중심 혹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신(新) 천동설의 전망에서 볼 때, 우주들의 중심이 되는 존재로 되돌아갈 것이다.

  일부 철학적 측면

  이 논고에서 주의를 끄는 측면은, 가장 정직하고 가능한 한 정확하게 말해서, 철학적 혹은 신학적 주장과 가장 적합한 과학적-관조적 주장을 구별하는 것이다.

  과학은 자료의 “해석”이 아니라, 오히려 그 자료에 대한 서술적·예언적 ‘보간법’(補間法)16)이다. 우리의 세계관과 우리의 더 철학적인 해석(하여튼 과학적 결과와 일치해야 한다)을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가 인간 존재인 한, 우리에게 달려 있다. 어쨌든 철학적 사고를 통해 풍요롭고 면밀한 대화가 시작될 때 과학적-관조적 우주론이 인정되고 용기를 얻는다.

  과학계가 하나의 가설로 확정 혹은 이의를 제기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베이즈Bayes식(式) 접근”17)이다.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관찰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이론에 진실성 확률을 인정하게 한다. 이와 같은 방법론의 기본적인 요소는, 비록 경험적인 데이터가 어쩔 수 없이 불확실하고 불완전하더라도, 그런 점 덕분에 인정되는 진정한 이론이란 전혀 불완전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데 있다. 소위 “객관주의자들”인 베이즈 추종자들에 있어, 유효한 이론은 있는 그대로의 우주 자체에 대해 무엇인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이것이 바로 과학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곧, 가능한 한 인간적인 편견에서 벗어난 우주에 대한 지식을 우리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세 조정의 경우에,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1) 만일 어떤 우주가 자연 법칙들을 준수한다고 했을 때, 이 법칙들과 특히 보편 상수가 완전히 특정화되지 않으면, 2) 우주가 생명체를 수용하고 있을 확률은 극히 작다. 3)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생명을 함유하는 우주를 관측하고 있고, 이는 그와 같은 법칙들을 정하는 미세 조정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미세 조정은 물리학적 상수를 “임의로 조정하는” 신의 존재를 필수적으로 수반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격적 신성을 지닌 존재18)의 가능성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일련의 우주들을 포함하여, 완전히 우연적인 과정의 이론들보다 이 같이 (미세 조정된) 시나리오에 더 부합한다. 물리 법칙을 만들어낸 신은 – 자연질서를 통해서라도, 어떤 식으로든 선호했을 것이다 – 과학적인 관찰과 전혀 모순되지 않는다.

  덧붙여 초월적 신은 자연법칙들, 특히 물리학이 근거가 있다는 것을 또한 인정해 주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서로 다른 이론들 혹은 서로 다른 과학적 모델들 가운데 전혀 반대가 없지만, 오히려 우연론casualism이라고 부르는 관점과 유신론theism이라 부르는 관점 가운데 양자택일해야 한다.

  우연론(偶然論)은 물리학적 현실이 유일한 현실이라는 것과 그 현실 너머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점을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자연 법칙들은 아무런 설명이나 그 이상의 근거를 대지 못한다. 우연론적인 접근으로 보면, 모든 것은 완전히 우연적인 방식으로 가능하다. 생명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조정된 것으로 보이는 상수와 자연 법칙들은 단지 우리에게만 그러할 뿐, 실제로 미세 조정이라는 개념 자체는, 제거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설명이 필요 없는 순전한 환상에 불과하다. 물리학 법칙을 지탱하기 위해 더 이상 아무 것도 필요치 않다. 궁극적으로 자연 법칙과 보편적 상수는 “그렇게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다.

  “우연론(casualism)이라고 부르는 관점과

  유신론(theism)이라 부르는 관점

  가운데 양자택일해야 한다.”

  반면 유신론(有神論)은 지능과 도덕을 겸비한, 복합 생명체의 존재를 허용하는 자연 법칙을 선호한다. 아울러 이것이 우주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것이 우주이고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 – 베이즈Bayes 식(式) 객관적 추론에 의하면, 우리의 경험적 데이터 – 이기에 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보다 존재할 가능성이 더 큰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생각에서 객관적이고 범주적인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동의하지는 못하지만, 존 폴킹혼John C. Polkinghorne19)이 주장하는 것처럼, “생명은 과학을 능가한다”는 것을 완전히 깨닫고 자유롭게 선택할 가능성을 차라리 각자에게 맡긴다. 그렇지만 우리는 유신론이 철학자들이나 신학자들과 대화하며 폭넓은 비전을 가지고 훨씬 더 심오한 과학적 조사를 하도록 북돋아준다고 본다. 절대자의 뛰어난 창의력을 드러내는 것은 놀랍고 흥미로운 지적이며 실존적인 입장이다. 이러한 태도가 – 우리는 이를 “합리적인 유신론”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 –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특정 종교의 “대용(代用) 신”Dio tappabuchi20) 개념과 얼마나 다르고, 예수회 영성의 “지적인 믿음”과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같은 신적인 창의성은 정말 “새로운 물리학”으로 표현할 수 있고 순수하게 자연적인 차원에서 실현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바라는 바지만, 이 “새로운 물리학”은 아직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물리 법칙을 통해 미세 조정의 수수께끼에 답변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물리학new physics이라는 용어는 여기서 물리학자들이 해석하는 의미, 다시 말해 표준 모델을 넘어서는 새로운 물리학 이론과 새로운 모델을 가리키는 기술적이고 폭넓은 용어로 이해된다.

  결론적으로, 초월자는 인간의 능력에 제동이나 장애가 되기보다, 오히려 실제로는 과학 자체와 연구를 북돋아주는 추동력으로 여겨진다.


1) 최근 금성에서 기체상태의 인화수소인 포스핀(생물학적 활동의 경우에만 엄청난 양으로 존재하는 화학 물질)의 발견은 단지 지구만 생명체를 수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닐 수 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2) 이 주제에 관련해서는, G. F. Lewis – L. A. Barnes, 「행운아 우주. 미세하게 조정된 우주 안에서의 생명(A Fortunate Universe. Life in a Finely Tuned Cosmo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6년 참조.
3) 같은 곳, 13; 161-164.
4) 물리학에서 자유 매개변수, 혹은 free parameters는 (현재로서는?) 기본이론을 통해 예상할 수 없어서 결국 경험적으로 정해야 할 정도의 크기다. 자유 매개변수는 입자원소(예컨대 전자)의 질량, 혹은 중력상수나 모든 근본적인 힘의 “강도”를 표시하는 결합상수 수치 등을 꼽을 수 있다.
5) 오늘날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물리학에는 4가지 근본적인 힘이 있다. 곧 중력, 전자기력, 약한 핵력과 강한 핵력이다. 중력(重力)은 상호작용 가운데 가장 약한 힘이며 양자역학에 의해 묘사된 (10-10m, 다시 말해 0.0000000001 미터 이하) 소립자 차원을 고려할 때 실제적으로 소홀히 다룰 수 있지만,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것이다. 전자기력은 전기와 자성을 말한다. 약한 핵력은 소립자의 방사능 물질의 붕괴를 말한다. 이 약력(弱力)은 20세기 1960년대에 이르러 단일 수학 형식에서 자기력과 통합됐다. 그러므로 오늘날에는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을 나타나기 위해 약한 전기력을 언급한다. 네 번째 근본적인 힘은 강한 핵력이다. 이는 원자핵의 결합된 구성요소들(양성자와 중성자)을 유지하고 쿼크(quak) 간의 상호작용을 표현한다.
6) 열역학의 제2법칙은 “우주 질서의 양(量)(혹은 고립된 부분의 양)은 자발적으로 증가할 수 없다”(「A Fortunate Universe…」, 상동, 97)고 주장한다. 하지만 “질서”의 개념은 어떤 면에서 주관적이고 다소 모호한 반면, 물리학에서는 가능한 한 분명히 정의되고 양적인 개념을 사용하기를 선호한다고 한다. 그래서 “질서” 대신에, 다른 형태로 도출되거나 변화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을 나타내는 “엔트로피”를 언급한다.
7) 흔히 물리학에서는 덩어리로 결합된 소립자에 대해E = mc2(에너지 = 질량 × 광속의 제곱)라는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 따라, 광속의 제곱(= 빛의 속력을 제곱한 것)으로 나눈 전자볼트(electron-volt)를 사용한다(eV/c2). 이 결합에서, 전자의 질량은 0.511 x 106 eV/c2이다.
8) 표준모형(Standard Model)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아원자(亞原子) 세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장 완전하고 근본적인 표현이다. 아원자 세계(즉 10-10미터)를 이해하기 위해 본질적이고 가장 큰 우주(1021 미터의 질서 차원, 즉 1 다음에 21개의 0이 연속된 크기)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도구이기도 하다. 표준모형은 아주 효과적이고, 특별한 도구다. 지금까지 실행된 모든 관찰과 모든 경험이 표준모형의 예상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는 그다지 정확하지 못하고 우리는 무엇보다 완벽하지 못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여러 사안 가운데 우주의 불가사의한 “암흑 물질”의 존재를 설명하지 못하고 중성자 질량(천문학과 우주학을 위해 매우 중요한 다른 소립자 원소)의 존재에 대해서도 그 근거를 입증하지 못한다.
9) 전설에 따르면, 이삭 뉴턴은 사과나무에서 떨어진 사과를 보면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10) 이 비율(37/38)은 선택한 “승리” 숫자를 제외하고, 룰렛을 통해 가능한 다른 모든 숫자를 얻을 확률을 대변한다. 그리고 97.37%는 확실함(다시 말해, 1)에 가장 근접한 확률이다.
11) 브랜든 카터(Brandon Carter)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물리학 이론가이자,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우주이론 실험실(Laboratoire Univers et Théories)의 연구가이다.
12) 존 배로우(John D. Barrow)는 영국의 우주학자, 물리학 이론가이자 수학자로서, 그레샴 대학(Gresham College)에서 기하학 교수를 역임했다. 프랭크 티플러(Frank J. Tipler)는 미국 우주학자이자 수리물리학자로서, 툴레인 대학교(Tulane University)의 수학과 물리학과에서 일했다.
13) J. D. Barrow and F. J. Tipler, The Anthropic Cosmological Principle [인간중심 우주원리], Oxford, Calderon Press, 1986.
14) G. F. Lewis – L. A. Barnes, 「행운아 우주…」, 상동, 54.
15) A. H. Guth, 「영구 급팽창과 그 영향(L’inflazione eterna e le sue implicazioni)」, in Journal of Physics A 40 (2007) 6811-6826 참조.
16) 역주: 보간법은 수학에서 연속적 변수 가운데 어느 간격을 둔 두 개 이상의 값을 알고, 그것들을 만족시키는 어느 함수의 형을 정하며 그 사이의 변수에 대한 함수의 값을 구하는 근사 계산법이다.
17) 토마스 베이즈(Thomas Bayes)는 18세기에 살았던 영국의 통계학자, 철학자, 장로교 목사다. 미지의 매개변수의 한계를 계산하기 위해 증명을 활용한 조건적 확률을 최초로 사용했다. 피타고라스 정리가 기하학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베이즈 정리(定理)는 확률 이론에 대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18) 이 주제에서는 복합 생명체의 존재뿐 아니라, 살아있는 존재의 도덕적 특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19) 존 폴킹혼(John C. Polkinghorne)은 영국의 철학자, 신학자, 물리학자로서, 런던 왕립학회(Royal Society: FRS)의 회원이자 성공회 사제이다.
20) 역주: 대용신이란 현대의 과학기술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 즉 틈새에 신이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틈새의 신”(God of the gaps)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