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수업과 코로나19 시대의 학교

La didattica digitale e la scuola del Covid-19

La Civiltà Cattolica, Q. 4082, 18 Lug, 2020 III, 109-122

Vitangelo Carlo Maria Denora S.I. 비탄젤로 데노라(예수회) 신부
노우재 미카엘 신부(부산교구) 옮김

  코로나-19 바이러스감염증(Covid-19)로 말미암아 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학교는 이에 특별한 방식으로 대응했고, 이탈리아 대부분 지역에서 한계가 있긴 했지만, 학교 시스템을 유지해낸 것만큼은 매우 큰위안을 주었으며, 미래를 위한 희망이 되었다. 이 모든 일은 디지털 기술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그동안 일어난 일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새학기를 철저히 준비하기 위해, 학교와 디지털의 관계를 임기응변식이 아니라 참으로 진지하게 살펴보아야 하겠다. “위기를 무의미하게 흘려보내지” 않도록 말이다.1) 디지털을 참되고 고유한 환경으로 알아보고 학습에 유용하게 활용한다면, 학교의 담장은 다른 공간과 환경을 끌어안을 정도로 넓어질 것이고, 학교는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원격수업과 디지털 기술 이야기

  코로나19의 전세계적 창궐pandemia로 말미암아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서, 마치 풍랑 속 뗏목처럼 “원격수업”(didattica a distanza, DAD)이 긴급하게 편성되었다.2) 교육의 연속성을 지켜내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계속 공부하고, 교사와 선생님들과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자기들 사이의 관계도 되도록 지속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원격수업은 위급한 시간에 이루어졌고, 그래서 ‘선택된’ 것도 준비된 것도 아니었다. 기존에 보유하고 사용하던 도구를 활용했고, 또 온라인화상회의 프로그램webinar 및 급조된 다른 방편을 이용하면서 최근에 와서야 겨우 체계가 잡혔을 뿐이다. 원격수업은 위기에 맞서 기능했다. 수업과 교육의 측면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경험들이 발생했다. 비판의 여지도 없진 않았다. 특히 기술 도구를 소유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의 불평등 문제가 제기되면서, 디지털 디바이스는 정의에 관한 중요한 물음이 되었다. 또한 학생들의 주의를 끌면서 수업과 교육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위급한 시기, 영상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이 다양하게 사용되었고(Google Meet, Zoom, GoToMeeting, Cisco 등),3) 어떤 경우에는 학습관리시스템(Moodle, Google Classroom, Apple U)이 도입되었다.4) 교사들이 도구 활용 능력을 충분히 갖춘 곳에는, 다양한 수업 영역에 알맞은 다양한 앱이 사용되었다.5) 학생 및 가족들에게 전자기록으로 연락하던 통상적 방법을 넘어, 훨씬 폭넓게 도구를 사용한 것이다.

  학교는 기존의 기술 도구를 최대한 활용하고, 기술과 교육의 관계를 현장에서 직접 숙고하면서 연구와 경험을 이어갔다. 봉쇄 기간 집 안에 갇혀 지내던 학생들은 여러 가지 구체적인 문제가 생겼다. 기술 도구에 과도하게 노출되어 정신적, 신체적 건강이 약화되지 않을까, 교육적 측면에서 가장 염려한 부분이었다. 과잉 접속과 가상현실의 문제에 대해서 오래 토의했고, 또 전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학생들이 (마찬가지로 우리들이) 학습시간과 휴식시간을 혼동하지 않고 짜임새 있게 시간을 사용하도록 건전한 균형 감각을 갖추게끔 주의를 기울였다.

  수업에 관련하여, 초반에는 원격수업에 대해 강의실의 수업을 화상으로 담아내어 송출하는 화상수업을 최대한 실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교수들은 이런 방식으로 강의 내용을 세부적으로 설명했고, 설명 시간을 늘리기도 했다. 부모들도 대개 이런 식으로 교육의 연속성을 생각했고, 다른 방식의 수업은 생각하지 못했다.

  수업이 계속되면서, 몇몇 학교는 동시적인 통신의 방법으로6) 모든 것을 운용할 수는 없다고 알게 되었다. 개선책을 찾고 준비 방안을 모색하면서 동시적인 방법과 비동시적인 방법을7) 혼용하여 교과과정을 준비해야 한다고 깨달았다. 학생들은 교사의 인도 아래 더욱 자율적으로 학업에 임할 수 있었다.

  수업시간에 관련하여, 화상수업을 다른 수업과 의식적으로 신중하게 분할하여 진행할 필요성이 점차 대두되었다. 화상수업은 교사가 지금 이 자리에서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을 학생들과 가족들이 분명히 의식하게끔 해주었다. 분명그러했지만, 아침마다 화상수업을 받기위해 집중하기란 학생들에게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고, 주의력도 떨어졌다. 교사들 역시 시간에 맞춰 그 많은 화상수업을 진행하기에는 부담이 컸다. 화상수업은 신중하게 계획하고 정확하게 실행되는 전체적인 교과과정 안에 편성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뚜렷해졌다. 동기부여, 내용전달, 개별 학생들 편에서체득하고 내면화하는 과정을 총체적으로 고려하면서 수업과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원격수업과 화상수업의 상황에서는 학생들을 너무 다그치거나 너무 많은 컨텐츠를 전달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반드시 그러해야 한다. 모순적이기도 하지만, “과도한 지식 주입”이 생겨날 위험이 있고, 그렇게 되면 교과 과정을 따라오도록 격려하는 대신 방해하는 것이 된다. 학생들은 한계선을 넘으면 방향을 잃고 의욕을 상실한다.

  이러한 생각들은 학교 편에서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한 여정을 밟으며 알게 된 바를 재확인한 것에 다름 아니다. 곧, 전통적인 주입식 모델은 효과가 없고, 교육적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을 찾아야 하며, 다양한 도구들을 균형 있게 사용해야 하고, 교수 과정보다 학습 과정에 중점을 두고 학생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볼 때, 새로운 도구들을 마음껏 사용하던 많은 교사들에 대한 선입견이 원격수업의 기간 동안 해소되었다고 하겠다. 또한 이런 도구들을 일상에서 친숙하게 사용하는 학생들 편에서도 어느 정도 창의성이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이 위기를 겪으면서, 대면하는 자리에서 형성되는 교육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디지털로 작동하는 ‘또 다른’ 관계 덕분에 재발견한 것이다. 다른 영역에서도 그러했지만, 이 위기의 시기는 무엇이 더 중요한지 알아보게했다. 대개는 더 단순해 보였던 것이 더 중요한 것이었다. 우리 각자가 얼마나 연약한지 다시금 함께 깨우쳤고, 기술 도구를 통하지 않는 생생한 육성, 자연스런 미소와 시선, 신체적 행위로 형성되는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의식했으며, 이러한 관계를 맺는 기회를 상실했다는 사실도 의식했다. 일상생활에서 이 같은 관계형성이 참으로 중요하고, 학교 또한 이런 관계형성을 그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알게 된 것이다.

  곧 다가올 학교의 미래는 이와 같은 진지한 성찰에 바탕 하여 새롭게 전개될 것이다. 교육을 위한 관계형성의 중요성을 다시 의식하고, 더욱 인간적인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게 하는 도구들을 고맙게 여기며, 이번 일이 없었으면 상상하지도 못했을 성장과 교육, 수업의 경험을 얻을 것이다.

  학교와 디지털

  이 위기의 시간, 모든 학교는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디지털을 만났다. 학생들과 우리들의 생활이 디지털 세계에 깊이 젖어있기에, 예전부터 피할 수 없는 만남이었다.

  그러나, 미래를 계획하는 지금, 논쟁이 극단화 될 위험도 있다. 디지털 도구의 적극적 옹호론자들은 미래 학교의 거의 모든 것을 플랫폼 상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원격수업을 어떻게 영구적으로 체계화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지 구상한다. 반대로, 대면 관계의 부재로 말미암은 근본적인 한계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원격수업과 그기술을 최대한 빨리 치워버리고, 지금과 같은 위기의 상황이 닥쳐오면 그때 다시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위기의 논리에서 벗어나 디지털 교육에 대해8) 진지하게 숙고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바이러스가 재확산하여 원격수업을 계속해야 하는 경우에나, 안전수칙을 준수하면서(보호 장치 사용, 사회적 거리두기) 학생들을 등교시켜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위기상황에서만 디지털을 사용한다는 의식을 넘어서서 디지털과 심도깊은 관계를 맺어가야 한다. 디지털을 말할 때, 도구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변화”를 말한다고 알아들을 필요가 있다. “디지털 혁명은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일상 모습 전반에 관련한다. 세상과 우리 자신에 대한 우리의 이해 방식에 관한 것이다.”9) 언어가 변하고, 생각과 자기성찰의 방식이 변하고, 관계형성 방식과 활동 방식이 변하고, 외부 세상 및 내면과 관계를 맺으며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는 방식이 변하고 있다. 우리가 “세상 안에 존재하는 방식”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는 교육을 위한 중요한 부르심을 받았기에 시대를 막론하고 이 사실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교육 일반의넓은 관점에서 그렇고, 특히 위기 상황을 맞아 근본적인 문제를 재인식하며 중요한 여정을 밟아가는 지금 더욱 그렇다.

  의식하든 아니든, 디지털 기술은 우리가 지속적으로 젖어들어 생활하는 환경을 그 어느 신기술보다 훨씬 더 새롭게 조성한다.10) 이런 환경은 학교를 위해서도 새로운 학습 경험을 가능하게 하고 또 촉진할 것이다. 공동수업 시간을 정하여 교수가 강의실에서 지식을 주입하고 전달하며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기존의 전통적 학습 방식보다 훨씬 폭넓고 선명한 방식으로 학습을 경험하는 환경이 형성되는 것이다.

  관계의 역사

  기술과 디지털에 대해 학교는 조금 막연하고 모호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겉보기에 가깝기도 하고 멀기도 하고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야 디지털 기술을 교육과 수업에 적극 편입시켜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면서 기술에 순진하게 열광한 적도 있었고,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과 수업 공간 등의 교육적 문제가 생겼을 때 그 해결책으로 기술수단에 의존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견하지는 못했다. 전통적인 다른 도구들을 대체하는 수준으로 기술을 이용했고, 도구주의적 전망 아래 기술의 파급력을 과소평가 했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디지털이 학생들의 학습 방식과 생활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알게 되었다. 이때부터는 비판적으로 디지털에 접근했는데, 어떤 때는 두려워하기도 했다. 정체성, 가상성, 사생활, 의존성, 사이버-불링cyberbullismo(온라인 괴롭힘)의 문제가 생겼고, 빅데이터 및 양심과 인공지능의 타락 같은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었던 것이다.

  지난 과정을 돌이켜 보면, 긍정적이고 중요한 점들도 많이 있었다. 디지털 기술이 학교에 도입되면서 적극적이고 상호적인 수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실제로 다시 생겨났다. 컴퓨터와 대화형 멀티미디어 칠판Lavagna Interattiva Multimediale (LIM) 시스템을 강의실에 설치하던 때부터 벌써 그러했다. 뒤이어 태블릿, 아이패드, 스마트폰 등의 기기들을 강의실에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사회적인 상호작용을 이루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적절한 수업계획을 수립하면서 모든 이들이 참여하는 협력적인 사회적 학습social-learning이 가능해졌다. 협력적 학습co-costruzione은, 직선적이고 수직적인 방식의 학습보다 상호작용과 과정, 연결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면서 학습을 진행한 곳에서 성공했다. 강의실 안에 기술이 도입되어 교육 환경을 진지하게 발전적으로 숙고할 수 있었고, 수업 구조 역시 더욱 역동적인 모델을 취하도록 변화되었다.

  디지털 세상에 비판적으로 접근하도록 의식을 고취시키는 국면 역시 중요했다. 디지털 수행 능력은 단지 디지털 기술 도구의 활용만이 아니라, 비판적인 의식과 감각으로 디지털 환경을 살아가는 능력을 뜻한다고 알게 되었다.

  역사적 전망에서 볼 때, 학교와 디지털 기술의 관계는 저울추처럼 요동치며 진행했다고 하겠다. 초기에는 경계했고, 그 후에는 장점만 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도구의 관점에서 파편적이고 “구시대적으로” 생각하면서, 인간학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의식하지 못했다. 그 후에는 강한 비판이 이어졌다. 기술 도구로 말미암아 진화적이고 윤리적인 관점에서 비인간화 될지도 모른다고 여러 모로 염려했던 것이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디지털을 이해할 수 있었다. 디지털은 오래된 다른 수단들을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그 안에서 책임감 있는 비판 정신으로 학습과 성장 또한 경험하며 살아갈 수 있는 생활환경이며, 그래서 인간형성 과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의식한 것이다. 바리코Alessandro Baricco는 학교와 관련해서 뿐만 아니라 디지털과 맺어온 전반적인 관계에 대해 이렇게 요약한다. “우리는 (디지털 문명을) 수립한 후 이를 싫어하기 시작하다가, 이제는 평화로운 관계를 맺고 있다.” 이 대유행 전염병의 시간, 지금 우리는 “언제든 주저 없이 교정할 수 있는 친숙한 문명을 다시 마주하고 있다.”11)

  “주저 없이”라는 표현은 분열이 아니라 통합의 길을 따라 미래를 향해가는 명징한 성찰의 여정을 알려주는 듯하다. 대면적 교육 관계를 대체하지 않고 이와 더불어 시너지를 낳는 디지털을 생각하고, 사회활동과 교육활동에 의식적이고 적극적으로 디지털을 도입한다고 하여 우리들의 인성이 바뀌거나 오랜 인격적 관계가 파괴되는 양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앞서 언급했듯, 바로 디지털로 말미암아 우리는 역설적으로 비디지털적인 인간관계를 되찾았다. 이런 소중한 경험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휴머니즘을 다시 생각할 수 있다. 아마도, “디지털 문명이 더욱 펼쳐지면 펼쳐질수록,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 그 모든 것, 이를테면 육신, 목소리, 더러워진 몸, 불완전성, 손재능, 만남, 피로, 가까움, 접촉, 체온, 웃음과 울음,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 등은 더더욱 그 가치와 아름다움과 중요성을 […] 얻게 될 것이다. 휴머니즘은 우리들 일상의 실천이요, 참으로 진실한 풍요로움이 될 것이다.”12)

  학교에 적용하는

  이러한 광범위하고 복합적이며 아직 끝나지 않은 성찰을 학교 환경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분명, 이전 도구를 대체하는 용도로만 새로운 기술을 수업에 도입하는 것은 불충분하다. 기존의 작업을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수단으로 기술도구를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끝나서도 안 된다. 우리는 먼저 디지털 환경을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하며 살아간다면, 학교의 활동 방식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

  지난 수세기 교육학적 모델을 찾는 연구는 모두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탐색했다. 디지털 이전의 시대에는 교사만이 수업내용의 유효성과 진실성을 유일하게 보장했고, 정보는 교사를 매개로 교사를 통해 전달되었다. 그러나, 이제 정보의 내용적 측면은 그 중요성이 떨어졌다. 막대한 양의 정보가 쏟아지고 전달되는 세상에서 학생들이 정보를 얻는 통로는 한 군데가 아니다. 디지털 시대, 교사는 동반하고 방향을 잡아주는 인도자 역할을 수행할 것을 요청받는다. 학생들이 스스로 이해하고 습득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천천히 또 계획적으로 확보해 주면서 말이다.

  디지털을 더욱 진지하게 숙고해나가면, 동반자와 인도자로서 교사의 관계성과 디지털 환경이 마련해주는 가능성을 충분히 통합할 수 있다. 정보전달에 그치지 않고 학습과 성장을 이끌어 내는 관계성이야말로 본질에 더욱 부합한 것이다. 단순한 자료전달에 머물지 않고 젊은이들이 복잡한 문화적-사회적 문제에 대응하는 방법과 비판정신을 획득하도록 큰 도움을 주는 그런 관계가 중요하다.

  인문학적 전망에서13) 사회와 교육을 바라본다면, 참으로 인간을 중심에 놓고, 인간이 더욱 인간적으로 되게 하도록 용기를 내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돌봄과 관계맺음을 부각시키고, 인격적인 성찰과 동반, 식별을 강조해야 한다는 뜻이다.

  방법론적 전망에서 볼 때, 이러한 제안은 대면과 [비대면] 원격(또는 디지털)의 방식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학습을 위한 것이다. 대면학습은 양성의 관점에서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이 강력하기에 대체불가하며, [비대면] 원격학습은 오늘날 지식이 제공하는 무한한 가능성을 수용하고 심화하게 해준다. 이 두 가지 모두 학생들이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학교일상의 시공적 굴레에서 벗어나 구체적 생활과 활동에 결부된 지속적인 교육에 눈뜨게 한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이러한 확장된 학습 상황은 학생이 집에서만 머물지 않고 또 다른 방식으로 학교 안에서 동료들과 교류하도록 한다. 우리들이 알리고 싶은 바다. 다시 말해, 디지털 수업은 원격 수업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학습과정 전반에서 원격 수업을 되짚어 생각하며, 학생의 자율성을 함양하고 개인 학업에 유용한 여건을 마련하고자 여러국면과 단계들을 숙고하는 데 그 가치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교사의 인솔 아래, 다른 학습 환경을 배제하지 않고 동시적으로 활용하는 혼합형 학습의14) 기회를 최대한 갖도록 해야 한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이런 모델의 적용 가능성을 알려주는 사례를 여기저기서 보았다. 이를 찬찬히 살펴보면, 교사들이 학습 과정의 모든 단계에 직접 참여하고 개입하지는 않았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믿고 겸손하게 대하면서 동반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의식하여 마치 감독처럼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었고, 학생들은 가상 플랫폼 상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서로 교류할 기회를 가졌다. 가상 플랫폼은 그렇게 자기 소양을 드러내는 유용한 도구가 되었다. 탁월한 능력과 수준 높은 성과가 드러난 경우도 있었다. 고등학교 학생이 웹 라디오를 제작하고,15) 신미래주의 시집과 예술서를 출간하고, 멀티미디어 블로그를 시작하여 문화적 주제를 심도 있게 개진한 것이다.

  이렇듯, 강의실에서 동영상 등을 통해 요점을 설명하며 서로 발표하고 수정하고 공동작업하는 자리를 마련하면서, 디지털 수업을 연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flipped classroom 역진행수업). 학생이 웹을 통해서도 연구하고 심화작업을 이어가게 하고, 교사는 수준 높은 연구에 동행하여 학생으로 하여금 관련 자료를 취사선택하는 방법을 익히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니면, 학생은 창작자가 되고 교사는 피드백을 주고 동반하면서, 학생이 멀티미디어를 이용하여 개인 창작물을 제작하고 공유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학습 환경들

  이렇듯 전염병 창궐pandemia은 전통적인 학교 강의실과 다른 학습 환경 안에서 발전하는 교육을 바라보고 숙고하는 기회를 제공했다.16) 학습의 장은 이제 더 이상 사방에 둘러쳐진 벽자락이 아니다. 학습은 어떤 다른 공간과 자리, 환경에서보다 훨씬 더 폭넓고 포괄적으로 경험될 것이다. 학습에 중점을 둔다면, 동기부여, 전수, 내면화와 활동의 순서에 따라 학습이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환경을 먼저 알아보고 조성해나가야 한다.

  교사의 임무는 이들 과정을 조직하고 체계화하여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도움을 얻도록 하는 것이다. 교육자는 지식전수자가 아니라 학습과정의 활성가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학습하는 이를 주인공으로 여기며, 학생의 성장을 위해 여러 방법과 환경을 신중히 선택하고 활용해야 한다. 다양한 학습 경험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지도록 교과과정을 편성하고, 자신의 프로그램과 계획과 목적에 따라 학습 국면에 최적화된 환경을 선택하는 교사는 마치 감독과 같은 존재다.

  디지털로 재구성된 ‘학습환경’ambiente di apprendimento 개념은 공간만 생각하는 관념을 넘어서고, 당연히 학교의 전통적 강의실 개념도 뛰어넘는다. ‘학습환경’은 실제 “학습 목표에 도달하고 문제 해결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사람들이 다양한 도구와 정보 자료들을 사용하며 함께 작업하고 서로 도와주는 자리”를 의미한다.17) ‘학습환경’은 학습을 경험하는 자리로서, “학습을 촉진하고 도움을 제공하는 자리이다.”18)

  여기에 중점을 두면 학교 공간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다. 강의실 안팎에서 경험하는 것을 더욱 유연하게 결합하여 학습 가능성을 높이는 환경을 효과적으로 조성할 수도 있다. 학습의 경험과 진행을 북돋우는 환경, 그런 새로운 공간을 생각하면 이미 다른 나라에서 실행하는 용도에 따른 영역 분할이 머리에 떠오른다.

  – 아고라agorà 영역: 소규모 그룹과 대규모 그룹을 위한 만남과 대면과 공유의 자리

  – 학업 영역: 다양한 교과내용을 직접 또는 전수된 방식으로 경험하는 자리. 과학 실험실, 도서관, 시청각 교육실, 대면강의실이 여기 해당한다.

  – 개인 학습 영역: 학업 내용을 개인적으로 복습하고 심화하기 위해 개인 도구나 학교가 제공하는 기기를 사용하며 자유롭게 머무는 자리.

  – 외부 영역: 학교 밖outdoor 교육에 적합하고, 생태환경과 공동의 집을 돌보도록 의식을 고취시키는 녹색공간. 박물관을 탐방하고, 중요한 인물들을 만나고, 도시를 견학하는 자리까지 여기 포함된다. 학교가 도시와 결부되기에 이런자리들 역시 교육공간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 가상공간: 코로나 바이러스를 계기로 자신의 컨텐츠를 동료들과 교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을 재발견하여 활용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여러 생각거리를 나누고 토론하고, 다른 나라의 다른 상황에서 다른 학교를 다니는 동년배들도 만날 수 있었다.

  학습 환경을 위한 교육 계약

  학교는 스스로를 개방하여 담장 밖으로 나와 현실을 직면하며 외부와 대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주변과 함께 계약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학교가 다시 시작하는 이 순간 디지털에 관련해서도 계약을 맺어야 한다. 다시 말해, 학생과 그 가족들이 학교에서 계획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해 의식을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어떤 플랫폼을 사용하고, 어떤 규정을 준수하고, 개인보호 정책은 어떻게 시행할지, 더 나아가 어떤 현실을 함께 겪어가야 할지 공감하고 마음을 모아야 한다. 교육환경으로서 디지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떻게 해야 디지털 환경이 교육에 유익할 수 있겠는가? 새로운 디지털 환경 안에서 어떻게 의식적이고 책임감 있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함께 생각해야 한다.

  다시 시작하는 지금, 교사 양성 또한 이런 측면에서 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디지털 양성을 기술 도구의 능숙한 사용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디지털 양성은 디지털을 온전히 수용하여 실행하는 근본적으로 교육학적인 양성이어야 한다. 학교 안에서 수업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속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자신의 교과과정을 동료들과 함께 연구하고, 기술과 디지털을 활용하여 중요한 자료들을 수집하고 만들어 나누고 공유하며 수업을 촉진하는 교사, 다시 말해, 디바이스 전문가가 아닌 디지털 활성가가 있어야 한다.

  학교 공간은 확장되어 도시와 결합된다. 학생, 교사, 부모 등 학교에 직접 관계된 이들뿐만 아니라, 교육 현실에 광범위하게 연결된 공동체도 교육을 위한 계약에 구체적으로 개입하도록 해야 한다. 문을 활짝 열어, 문화적이고 사회적인풍요로움을 받아들이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훌륭하고 멋진 제안을 내놓을 줄 아는 미래 학교를 구상해 본다.


1) 참고: Il mondo che sarà. Il futuro dopo il virus, Roma, la Republbica, 2020. Federico Rampini가 서문에서 특별히 강조한 것이다. “이런 차원의 위기를 허투루 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p.14).
2) “일반적으로 원격수업(DAD)은 통상 대면으로 이루어지는 수업 행위를 전부 또는 일부 대체하는 교육 실천과 방법론을 의미한다. [비대면] 원격 학업과 e학습의 영역에서 이미 사용하고 경험한 기술과 도구를 활용한다.” FIDAE (Federazione di Istituti di attività educative, 교육활동기관연합)은 국가표준화기구 UNI와 공동으로 일종의 실천 규정 (“각급학교와 각종학교의 원격 및 혼용 교육 운영 시스템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여, 기술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원격 및 혼합형 교육의 원칙들을 제시한다. 디지털 기술 개념들은 이 지침서를 따르기로 한다.
3) “영상통신 플랫폼”은 동시적인 수업이 가능하도록 통신을 실행하는 기술적 방편을 말한다. 대개 세 가지 종류의 서비스를 통해 이루어진다. 곧, 교사와 학생 사이 실시간 오디오/비디오 통신, 교사와 학생 사이 실시간 문자통신(챗팅), 수업내용을 제공하기 위해 디지털칠판(화이트보드)를 사용하는 슬라이드 공유이다.
4) “학습관리시스템”(Learning Management Systems, LMS)은 개별 수업이나 교과과정 전반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게 하는 기술적 방편을말한다. 사용자들의 등록과 관리, 사용자들의 온라인 활동 추적, 수업 창출과 계획, 수업 내용의 공유, 교사와 학생들 사이 동시적이고 비동시적인 다양한 방식의 상호 작용, 학습 평가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5) 교육 앱은 교사의 모든 수업계획, 소통, 평가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보장한다.
6) 교사와 학생들이 같은 시간에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 컴퓨터를 매개로 하는 교육 방식. 챗팅과 화상수업이 동시적인 통신 수단이다.
7) 교사와 학생들이 서로 다른 시간에, 또 개인의 사정에 따라 수업 내용에 접근하고 상호 작용을 하는, 컴퓨터를 매개로 하는 교육 방식. 토론 주제 제시, 포럼, 위키 활용, 전자 사서함, 음성 메시지, 영상 등이 비동시적인 통신 수단이다.
8) 디지털 교육은 수업과 학습 과정을 유지하고 증진하기 위해 디지털 도구와 앱을 활용하는 교육 실천과 방법을 말한다(Augmented Education).
9) Francesco, Discorso ai partecipanti alla Plenaria della Pontificia Accademia per la Vita (2020년 2월28일).10) 참고: L. Floridi, The Onlife Manifesto, SpringerOpen, 2015. 온라이프 용어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대신 등장한다.
11) A. Baricco, “Virus, è arrivato il momento dell’audacia”, in la Repubblica, 2020년3월25일.
12) Ivi.
13) 새로운 인문학과 교육의 중요성에 관한 주제는 다음 글에서 심도있게 개진되고 있다. L. Ciotti-V. Alberti, Per un nuovo umanesimo. Come ridare un ideale a italiani e europei, Milano, Solferino, 2019. 참고: G. Cucci, “Per un umanesimo digitale”, in Civ.Catt. 2020 I 27-40.
14) Blended learning. 혼합형 학습 또는 히브리드 학습은 다양한 학습 환경을 혼합하여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을 말한다. 전통적인 강의실의 대면 수업과 컴퓨터(예를 들어 e-러닝, 디비디 활용) 또는 휴대용 기기(스마트폰, 태블릿)를 매개로 이용하는 수업을 융합하는 것이다. 옹호론자들에 따르면, 혼합형 학습은 교사와 학생들이 더욱 온전히 서로 접근하게 해준다.
15) 원격수업으로 탄생한 몇몇 성과물에 대해서는 다음 글을 참조: A. De Gregorio – V. Santarpia, “#Lascuolanonsiferma: buone pratiche da Nord a Sud, ma ancora troppi offline”, in Corriere della Sera (www.corriere.it/buone-notizie/cards/ lascuolanonsiferma-buone-pratiche-nord-sud-ma-ancora-troppi-offline/nelle-case-d-italia-innovazione-divari_principale.shtml), 2020년 4월21일자.
16) ‘기록, 혁신, 교육연구 국립 협회’(Indire) 의장인 죠반니 비온디는 2007년 이미 이렇게 말했다. “시간여행자가 1800년대를 방문한다면, 세상을 알아보기가 어려울 것이다. 통신망, 도로망, 우체국, 슈퍼마켓, 영화관 및 다른 공공장소를 찾는 일이 무척 힘들지 모른다. 그런데 가상의 이 여행자는 아마 학교 강의실 만큼은 책상, 교사의 의자, 칠판 등을 보며 쉽게 알아볼 것이다. 변화가 너무나 적게 일어난 영역이기 때문이다.”
17) B. Wilson, Constructivist learning environments, Eaglewood Cliffs (NJ), Educational Technology Publications, 1996, 98.
18) Iv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