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 교황” –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

«I DUE PAPI», UN FILM DI FERNANDO MEIRELLES

© La Civiltà Cattolica, Q 4070, 18 Gen 2020 I, 186-189

마르크 라스투앙 Marc Rastoin, S.J.
김영식 루카 신부(서울대교구) 옮김

  2002년 영화 <하느님의 도시(City of God)> 로 유명해진 브라질 출신의 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Fernando Meirelles)는 문학 작품을 영화로 각색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의 최신작인 <두 교황(The Two Popes)>은 연극 <교황(The Pope)>의 작가인 앤서니 매카튼(Anthony McCarten)과 공동으로 각색해서 만든 영화이다. 앤서니는 <교황: 프란치스코, 베네딕도 그리고 세상을 뒤흔든 결정(The Two Popes: Francis, Benedict, and the Decision That Shook the World)>1)의 작가이기도 하다.

  <두 교황>은 가톨릭 교회의 최근 두 교황인 베네딕도 16세와 프란치스코를 주인공으로 한 픽션이다. 감독은 스캔들과 세력 다툼을 소재로 한 쉬운 영화를 만드는 대신 어려운 결정에 직면한 두 신앙인의 역정을 이야기하기로 선택했다.2)

  모든 것은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한다.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은퇴를 고려한다. 은퇴한 후 다시 본당 신부가 되고 싶었던 그는 교구장직 사임을 요청하러 로마에 온다. 동시에 지난 콘클라베에서 교황에 선임된 베네딕도 16세는 전례없이 중요한 결정을 두고 고민한다. 그 역시 로마의 주교 직무를 사임하고 은퇴하려 한다. 그래서 호르헤 베르골리오(조너선 프라이스)와 요제프 라칭거(앤서니 홉킨스)는 만나서 서로의 은퇴 계획에 대해 말한다. 작가는 두 실존인물의 만남에 대해 말하려 했기에 등장 인물의 성을 의도적이면서 필수적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의 과거 아르헨티나 삶을 별도의 긴 장면들sequenze로 포함시켜 영화로 각색된 연극 무대의 미묘한 한계를 벗어난다.

  이 장면들에서 흑백 연출이 미학적 효과를 강조한 덕분에 바티칸에서의 대화만으로 담을 수 없는 역동성이 생겨난다. 앤서니 홉킨스의 뛰어난 연기로 베네딕도 16세의 존재감이 돋보였지만 회상 장면에서는 전적으로 아르헨티나에 초점이 맞춰졌기에 당연히 베르골리오가 주인공이 된다. 또 주목할 점은 영화에 흐르는 아름다운 음악이다. 이 음악을작곡한 브라이스 데스너(Bryce Dessner)는 영화 <레버넌트(The Revenant)>(2015)의 음악 작곡으로 오스카상 후보에 지명되기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교황에 관한 영화들은 항상 화려한 시설에만 초점을 두며 인간성을 간과할 우려가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전혀 그런 면을 찾을 수 없다. 카스텔 간돌포나 시스티나 경당이 웅장하게 촬영되었지만 극작가와 감독이 정작 우리에게 말하려는 것은 다른 것이다. 영적 결정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표징에 의탁할 수 있는가? 과거의결정이 낳은 부담을 떠안은 채 미래와 다가오는 일에 마음을 열어 성장하는 길은 무엇인가? 결정해야 하는 소명을 받은 이의 인생과 그의 결정에서 기도는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가? 이 영화는 이처럼 두 신앙인의 만남을 주제로 한다. 두사람이 부르심 받은 이야기, 과거의 성직자 시절과 지성적 특성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럼에도 둘 다 교회에서 교황직의 역할과 기도와 고해의 효력을 존중하고 믿는다.

  이 영화는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최근 두 번의 교황 선거와 두 인물에 대한 대중의 인상이라는 사실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창작을 주저하지 않는다. 실존 인물에서 영감을 얻은 픽션이며 함축성(뉘앙스)이 중요한 이 영화는 가상의 순간들과 상상의 대화를 이용했다. 교회와 두 교황에 대한 존중을 유지하면서도 풍자적인 묘사도 없지 않다. 안타깝지만 우리도 익숙하거니와,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를 대비시켜 차이점을 부각시키는 여론의 요구에 맞췄는지 베네딕도 16세는 다소 부정적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두 인물간의 첫 번째 대화는 지나치게 경직되었다. 그러나 영화의 분명한 전략은 전혀 다른 두 인물이 점차 서로에게 다가가고, 모든 면에서 대비되는 “듯한” 두 사람 사이에 참된 우정이 싹트는 것을 기본 줄거리로 보여주고자 했다. 결국엔 두 인물이 본질적이고 가장 중요한 것을 공유하기 때문에 “듯한”이라고 말해야 한다. 두 사람 모두 각자 자신이 대화하는 하느님에 대한 깊은 신앙, 성직자의 고귀한 사명 인식, 본질적으로 가톨릭 신앙을 지닌 영혼을 공유한다. 이런 구성은 인위적인 면이 있지만 신앙의 신비에 대한 탐구와 여기에서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결정을 그리기 위함이다.

  2019년 11월 26일자 <뉴욕타임즈>에 실린 리뷰에서 비평가 앤서니 올리버 스캇(Anthony Oliver Scott)은 “신앙, 야망, 윤리적 책임 같은 복잡한 문제를 미묘하고 매력적으로 다룬 이중 묘사”라고 평가한다.3) 그는 라칭거와 베르골리오가함께 있을 때 “배우들은 각자 연기하는 인물들의 영성과 심리적 차원 모두를 명확히 규정한다.”라고 덧붙인다. 전세계 다수의 비평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이 영화는 성공적이며 매우 신뢰할 만하다고 말할 수 있다.

  가장 아름답고 가장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장면은 아르헨티나의 장면들이다. 이는 신앙, 기도 혹은 교회 개혁에 관한 논의가 아니라 인생 자체에 관한 것이다. 이는 우리가 세 번째 배우인 아르헨티나 출신의 후안 미누힌(Juan Minujin)을 잊지 말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젊은 시절의 베르골리오를 명연기로 되살려냈다.

  이 장면들에는 지나치게 많은 창작이 들어간 것도 사실이다. 세 번의 회상 장면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의 인생에서 세 번의 핵심 사건들이다. 그의 생애에서 찬찬히 분석해 낸 세 순간은 인간과 그의 양심이라는 신비를 다루기 때문에 명료하게 이해할 수 없다. 그 세 장면은 부르심에 “예”라고 응답하는 순간, 독재자 통치하의 젊은 관구장 시절, 그리고 마지막으로 항상 주님의 겸손한 이들이며 하느님의 백성인 신자들(el pueblo fiel de Dios)과 함께 하던 대주교 시절이다.

  이 결정적인 고해성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리 모두 이야기의 줄거리를 알고 있다. 사제 성소를 고려하긴 했으나 젊은 베르골리오는 혼인 성소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자기 약혼녀와의 약속 장소에 나가며 마지막 결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도중에 그는 성당에 들어가 고해하기로 결정한다. 여기서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고 그는 하느님의 부르심이라고 이해하게 될 “징표”를 받는다.

  두 번째 순간은 베르골리오 신부가 독재정권의 미움을 받는 동료 예수회 형제들, 특히 오를란도 요리오(Orlando Yorio)와 프란치스코 할릭스(Francisco Jalics) 신부를 구하려 애쓰는 장면이다. 위협받는 이들(그 중 다수가 가톨릭신자가 아닌 활동가들이었다)을 최대한 많이 구하려고 공공연히 비굴한 자세를 취하는 그의 선택과 주저함뿐만 아니라, 이 결정으로 그가 져야 할 내적인 부담도 잘 표현되었다. 나중에 베르골리오가 자신이 젊은 나이에 관구장으로 임명되었기에 다소 지나치게 권위적이었다고 인정한 사실도 믿을 만하게 묘사되었다.

  세 번째 순간은 철저한 내적 성찰과 코르도바에서 신자들과의 만남을 가진 후 빈민가와 고통 중에 있는 이들 곁에 있는 대주교의 활동을 묘사한다. 이 세 가지 순간이 신비를 유지하면서 한 인간을 설명한다.

  영화가 크게 성공한 요소 중 하나는 매우 민감하고 자주 오해받는 기도와 고해성사라는 두 실체를 잘 묘사해낸 것이다. 두 인물은 각자 절망과 위안을 가졌던 순간에 대해 말한다. 어떤 의미에서 호르헤 마리오 신부가 회의를 겪던 시기에 대해 강변한 것은 베네딕도 16세가 사임 결정을 내리기 전에 지녔던 회의를 반영한다. 기도는 나이와 인생을 거치며 깊어짐으로써 하느님의 존재를 쉽게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독창적인 측면은 아마 고해성사를 표현하는 방식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시나리오는 처음에는 두 사람이 짧게 대화하고 하느님의 은총이 제삼자의 목소리로 드러나며, 동시에 고해성사의 결정적 순간을 멈추거나(베르골리오나 베네딕도 모두에게), 고해자의 ‘얼굴’과 고해의 ‘내용’을 구분함으로써 고해성사의 풍요로움을 보여준다(코르도바).

  한 가지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 베네딕도 16세는 매우 우아한 독일 클래식 음악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반면 베르골리오가 나오는 장면에선 아바의 ‘댄싱퀸’이나 아르헨티나의 열정적인 음악이 나온다.

  한 인간이 완성되는 데는 인생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 명의 사제 혹은 교황의 경우에는 더더욱 전생애를 필요로한다. 교황들은 연이어 선출되지만 각자의 성향이 서로 다르며 이는 좋은 소식이다. 자신감에 찬 감독과 비범한 배우들, 잘 선택된 독창적인 음악 덕분에 이 영화는 아주 잘 만든 작품이 되었다.


성경·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 참조 A. McCarten, The Pope, London, Oberon Books, 2019; 같은 이, L’anno dei due papi: Francesco, Bendedetto e la rinuncia che ha scosso il mondo, Milano, Mondadori, 2019.
2) 두 교황(The Two Popes), 페르디난도 메이렐레스 감독, 앤서니 홉킨스, 조너선 프라이스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3) A. O. Scott, <The Two Popes’ Review: Double Act at the Vatican>, in The New York Times, 26 nov.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