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빌타 카톨리카』, 역사와 함께 걸어온 교양지

『치빌타 카톨리카』(이하 『치빌타』)는 1850년에 창간되었습니다. 오랜 세월 꾸준히 간행되어 오는 동안 본지의 사명인 ‘소통comunicazione’은 그 형식뿐만 아니라 의미 자체도 변화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와 새로운 전자 매체로 특징되는 이 시대에서 ‘소통’에 담긴 ‘소식 전달’의 의미는 계속 작아지는 반면 ‘증거’와 ‘나눔’의 의미는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로 인하여 무엇보다도 지적, 도덕적, 영적 체험에 관한 깊이 있는 나눔을 지면을 통해서 분명하게 표현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문화를 향유한다는 것은 자신의 지적인 책임과 과제를 수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이 서로 정보를 교류할 때 이미 그들은 자기 자신, 자신의 세계관, 자신의 희망, 자신의 이상을 나눕니다.”(베네딕토 16세, 제45차 국제사회커뮤니케이션대회, 2011년 6월 5일) 이런 맥락에서 정보기술은 사람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동시에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 기초가 되는 가치를 ‘증거’하도록 돕습니다.

『치빌타』는 이 시대의 문화, 사회, 경제, 정치 생활에 접목하는 동시에 그리스도교 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지적 체험을 독자들과 항상 나누고자 합니다. 본지의 내용은 진지하고 높은 수준이지만 일부 엘리트나 전문지식인 계층만을 대상으로 맞추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본지가 담고 있는 성찰을 단지 가톨릭 신자들과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이 세상에서 진지하게 헌신하는 모든 사람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즉, 본지의 독자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능력을 지니고 신뢰할 수 있는 교양 자료를 얻고자 하는 바람을 지닌 모든 이들입니다. 이런 의도는 본지의 유전자 코드인 세상과 교회 사이에 다리를 놓은 사명에 기초합니다. 즉, 열린 자세로 존경심을 가지고 충만하고 친밀한 대화를 해 나가면서 교회가 세상을 이해할 수 있고 세상이 교회를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치빌타』의 필진은 문화 교양지가 ‘중립’을 지킬 수 있다고 믿지 않으며 용기 있게 진실을 알리는 대변인 역할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이럴 때에 본지가 지니는 의미와 흥미, 유용성은 더욱더 커진다고 확신합니다. 창간 초기인 19세기와 두 번의 세계 대전 당시에 여러 문화 교양지들은 두말할 나위 없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이 교양지들은 다양한 가치와 사상이 생동감 있고 격렬하게 만나고 충돌하고 교류되는 문화의 장이었습니다. 『치빌타』는 이 역할을 한시도 소홀히 한 적이 없습니다. 교양지라는 뜻의 이탈리아 단어 ‘rivista’는 ‘다시 보다rivedere’라는 동사에서 유래했습니다. 즉, 교양지가 현실을 대면하고 검토하고 판단하는 과제를 지니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 교양지는 커다란 호흡으로 그려 본 미래를 마음에 담고 문화 세계를 다시 바라보는 과제를 충실히 수행할 때에만 그 존재의 의미를 드러낼 수 있습니다. 본지는 특정 이념을 선포하거나 선전하는 것을 분명히 피하지만 살아 있는 비판 의식을 지니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활동에 영감을 불어넣고 감수성을 살려 내는 새로운 관점과 평가를 수행하는 역할을 확실하게 수행합니다. 『치빌타』를 읽는 것은 마치 하나의 집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고 1851년도의 필진이 말하였습니다. 즉, 그 집에 들어가서 새로운 이야기를 접하고, 의문을 제기하고, 가장 큰 논쟁을 일으키는 이런저런 질문을 명백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므로 본지의 핵심 정체성은 단순히 객관적인 양질의 분석과 독창적 연구만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의 감성과 이성을 향해서 참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들이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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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6년 2월 12일 선포된 교종 비오 9세의 교서 「최고의 심각성Gravissimum Supremi」에 명시된 바와 같이 창간부터 본지는 성청(교황청)과 특별한 공조를 통하여 문화적 관점을 제공해 왔습니다. 그 이후 줄곧 본지는 가톨릭교회, 특히 보편교회를 위한 교종의 사명에 겸손하게 이바지하고자 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2013년 6월 14일 『치빌타』의 필진 공동체에서 본지의 “본질적 특징”은 “교종과 사도좌와 (본지가) 맺은 특별한 관계”이며 그런 의미에서 『치빌타』는 “이 분야에서 유일한” 형태의 교양지라고 말했습니다.

『치빌타』가 교회에 바치는 고유한 공헌은 필진이 모두 예수회원이라는 특성에서 비롯됩니다. 그러므로 본지는 집필 활동을 하는 예수회원들이 삶으로 증명한 관점을 교회에 봉헌하는 소명을 받았습니다. 즉, 이 예수회원들이 현실에 대한 영적인 시각을 교회에 제시합니다. 예수회 필진의 보물은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의 영성입니다. 이는 인간을 깊이 존중하며 실제 삶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영성으로 세상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찾는 데 관심을 가지고 집중합니다. 수세기 동안 이 영성을 통해서 수많은 성인들이 탄생했고, 지식인들과 과학자들, 교육자들이 육성되었습니다. 이 영성의 근본적인 통찰은 아주 간단한 기준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이는 성 이냐시오가 남긴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 찾기”라는 선언입니다.

『치빌타』가 교회를 충실히 섬긴다는 의미는 역대 교종들이 예수회 전체에 요청한 사명에 응답하는 것이고, 특히 프란치스코 교종의 요구에 답하는 것입니다. 교종 선출 후 삼 개월 만에 가진 본지 필진과의 회견에서 전임 교종이 재확인했던 본지의 사명을 상기시키시면서 그 의미를 풍요롭게 하시고 필진에게 새롭게 사명을 부여하셨습니다. 교종은 이 사명을 대화, 식별, 최전선이라는 세 가지 중요 단어를 통해서 정리했습니다.

창간 초기인 19세기에 『치빌타』의 성격은 당대 이미지처럼 전반적으로 전투적이고 논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런 강한 성향은 현시대의 위선을 단죄하는 목적으로만 쓰입니다. 대신에 본지의 기본 과제가 “벽이 아니라 다리를 건설하는 것”임을 분명히 합니다. 즉,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과 대화하는 것입니다. 교종이 지닌 열린 대화에 대한 이해는 상대방이 무엇인가 유익한 대화 소재를 가지고 있다는 확신에 기초합니다.

교종에 따르면, 이 대화는 “이 시대의 기대와 희망, 기쁨과 슬픔을 모아서 표현하며 복음의 빛에 비추어 현실을 읽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제공”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시대가 영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오늘날 제기되는 중요한 영적 질문들은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큰 생동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질문들을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하느님과 세상 중에서 양자택일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세상 안에 계시는 하느님을 찾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이 세상이 충만한 완성에 이르도록 세상 안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일하시는 하느님을 뵙고 만나기 위해서는 식별이 필요합니다. 인간과 문화의 현장에서 하느님의 영의 현존을 찾는 식별입니다. 사회적, 문화적, 영적 맥락과 인간 내면의 심오한 긴장과 갈망, 그리고 일상의 사건들 안에서 이미 심겨진 하느님의 씨앗을 찾아내어 인식하는 것입니다. 예술, 과학, 정치, 사회, 경제 등 모든 지식 분야에서 진행되는 연구 활동은 바로 이런 식별에 기반을 두어야 합니다.

교종은 이 과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후방이 아니라 최전선의 경계에 머물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갈등을 감내하면서 힘겨운 변화와 전환을 감행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종 베네딕토 16세께서 바오로 6세의 말씀을 인용하시면서 예수회원들에게 하신 연설이 오늘 (『치빌타』 필진) 여러분에게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봅니다. ‘교회의 모든 곳, 특히 더 어렵고 더 앞서가는 분야, 이념들의 교차로, 전쟁 참호와 같은 사회상, 인간의 급박한 요구와 복음의 영원한 메시지 사이에 대립이 존재하는 바로 그 곳에 예수회원들이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고 최전방의 경계에 설 수 있는 능력은 하느님에게서 온다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이를 피하려는 유혹은 “최전선을 후방의 가정처럼 만드는 것입니다. 반드시 최전선을 향해서 나아가야 합니다. 최전선을 가정으로 가지고 와서 조금 색칠을 하고 길들여 버리면 안 됩니다.”

대화, 식별, 최전선의 자세는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요구와 그들의 다양한 표현형식, 그리고 그들의 사회생활을 존중하며 주의 깊게 경청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본지가 성심성의껏 따랐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개막 50주년을 지내면서, 공의회 정신에 의해 형성된 본지의 근간이 바로 이 자세임을 다시 확인합니다. 세상에 귀를 기울이고 세상을 깊이 이해하는 자세가 있을 때에만 시대의 징표를 읽을 수 있습니다. 본지는 공의회가 제시한 시대의 징표를 찾고 복음의 빛에 비추어 징표를 해석하는 교회의 영구적인 의무를 본지의 의무로 깊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국제적 환경에 문을 여는 자세의 중요성이 오늘날 훨씬 더 강조됩니다. 문화 교양지가 단지 한 국가만을 대변하는 경향은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현실을 수용하고 분석하려면 광대하고 다원적 시각이 필요합니다. 몇 해 전부터 본지의 필진도 여러 국가와 대륙에서 온 다양한 예수회원들을 포함해서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치빌타』는 계속 국제적 면모를 더 부각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더 많은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본지를 다양한 언어로 발간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프랑스어판과 스페인어판, 영어판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치빌타』 한국어판을 시작하겠다는 예수회 한국관구장의 제안을 수용하였습니다. 다양한 언어의 독자들을 만남으로써 여러 나라와 문화의 요청들이 본지의 핵심에 포함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다언어적 측면이 이탈리어 교양지라는 기존의 본지의 성격을 변화시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 비오 9세가 「최고의 심각성Gravissimum supremi」에서 앞선 필진에게 전달한 “모든 나라에 넓게 뿌려지고 퍼지라”는 요구를 더욱 충실하게 이행하게 되었습니다.

1850년 시작부터 본지는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창간호는 4,200부나 인쇄되었습니다. 덕분에 일곱 번이나 다시 인쇄했습니다. 4년 후에는 발행 부수가 13,000부로 증가하였습니다. 그 시기에 이런 대규모 출판은 매우 특별한 성과였습니다. 이 대규모 발간을 감당해 내기 위해서 수작업 인쇄 방식을 폐기하고 영국에서 고속 인쇄기를 구입해서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이 발행 부수는 본지의 내용이 열린 관점을 지니고 있고 국제적인 토대 위에서 최대로 배포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치빌타』는 이탈리아가 아직 통일되기 전에 이미 이탈리아 반도 전역에 배포되었습니다. 그 후에도 오랜 세월 동안 전 세계의 모든 국가 교황청 대사들에게 외교 행낭을 통해서 본지가 전달되어 왔다는 사실은 본지가 근본적으로 국제적 성격을 강하게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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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빌타』는 긴장과 갈등 관계에 있는 국가 사이의 경계와 같은 어려운 입장에 서서 고품격 문화 저널리즘을 수행하는 사명과 전통을 지니고 있습니다. 주제 접근이나 형식 선택은 선대 필진이 세웠던 『치빌타』의 본래 계획에 따릅니다. 즉, 본지는 연구 결과를 담는 학술지가 아니라,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독자들이 읽을 수 있는 ‘지적 교양지’입니다. 정치, 역사, 문학, 심리학, 영화, 경제학, 철학, 신학, 과학 등의 주제에 관한 광범위한 문화적 접근은 오늘 이 시대의 특성과 잘 부합합니다. 근대 생활의 복잡성과 분열상은 수많은 지식의 조각들을 이해하고 다시 배열해야 하는 특별한 노력을 요구합니다. 이 노력은 1850년 창간호에 실린 대표의 글에서 설명된 ‘보편성cattolicità’의 의미와 일맥상통합니다. “본지를 다양한 형태의 글들로 구성하지 않는다면 『치빌타』는 보편적(가톨릭) 내지 세계적일 수 없다.” 다루는 소재의 다양성과 광범위함 덕분에 본지의 독자들은 현실의 많은 논쟁 주제들과 친숙해지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본지에 실리는 분석과 성찰은 너무 복잡하거나 자세하지는 않지만 정확하면서 통합적이기 때문에 독자는 자신의 의견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와 요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본지는 기존의 문화적 성찰이나 견해를 따르거나 다시 언급할 의도가 없습니다. 가능한 한 미래에 발생할 사건을 예상하고, 경향성과 현상을 분석하고, 영향력을 전망함으로써 독자들이 깨어서 주의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선도적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베네딕토 16세가 2006년 2월에 본지 필진에 말씀하신 부탁에 응하고자 합니다. “『치빌타』가 자신의 본성과 과제에 충실하고자 한다면 시대의 징표를 바르게 읽어 가면서 계속적으로 자신을 새롭게 바꾸어 나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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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작업의 성과는 “집필자 학술공동체”라고 불리는 단체의 열매입니다. 『치빌타』는 하나의 공동체로 함께 연구하고, 함께 수고하고, 함께 표현하고 나눕니다. 본 필진이나 외부기고 예수회원이 작성한 모든 원고는 발행 전에 다른 회원들이 검토합니다. 즉, 모든 원고는 예수회원들 사이의 긴밀한 대화의 결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레오 13세가 「지혜로운 자문Sapienti consilio」에서 언급한 것처럼 본 필진은 “삶과 공부의 공동체 안에서 하나로 결합”되어 있습니다. 본지의 대표 역시 기본적으로 공동체 활동의 한 일원으로 참여하면서 대표의 책임을 수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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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빌타』 한국 독자들이 넓은 마음으로 본지를 신뢰해 줄 것을 기대하면서 1851년에 형성된 능동적 이상주의에 입각한 한 생각을 마지막으로 나누겠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과 읽는 사람들 사이에서 생각과 감정의 소통이 진행된다. 이 소통은 우정과 깊이 연관되기도 하고 종종 깊은 친밀감에 이르기도 한다. 특히, 한편에서 나오는 (저자의) 충실함과 다른 한편에서 나오는 (독자들의) 신뢰가 만날 때 이런 소통이 이루어진다.”

『치빌타 카톨리카』 이탈리아어판 편집장 안토니오 스파다로 SJ
양숙자 수산나 옮김(선교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