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빌타 카톨리카』의 한국어판을 발간하면서

한국의 천주교회가 “로마 교회보다 더 로마적”이라고 비판합니다. 이것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유교, 불교와 같은 외래 종교와 가르침을 수용할 때에 이것들을 섣불리 우리 식으로 변형하지 않고 원래의 모습을 존중하면서 서서히 우리 것으로 삼아 왔습니다. 이처럼 본래의 모습에 충실하려는 태도가 순교의 역사를 가능케 한 힘이 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질문은 로마 교회를 모두 받아들이는가 아니면 구미에 맞게 일부만 받아들이는가, 하는 점입니다.

가톨릭 신앙생활을 지탱하는 두 기둥은 성경과 성전입니다. 성경은 예수님의 당대 및 직제자대에 완성이 되어 정경으로 공인되었습니다. 이것은 ‘믿을 교리’입니다. 교회 역사에서는 이 ‘믿을 교리’를 어떻게 생활에 적용하는가의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예수님께 대한 믿음을 ‘지금 여기서’ 살기 위해서 그 믿음이 당대의 문화 안에서 당대의 언어로 설명될 필요가 있습니다. 교회의 이러한 구도 여정이 성전, 곧 거룩한 전통을 이루는 것입니다. 가톨릭교회의 전례는 물론이고 오늘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역대 교종의 사회적 가르침들 역시 성전입니다. 최근 들어 몇몇 교구에서는 예비자 교리에서 사회 교리가 빠져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보완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고 하신 예수님은 성경으로 완결되시는 분이 아니라, 세상의 역사를 통하여 당신의 피조물을 보살피시는 역사의 하느님, 섭리하시는 삼위일체 하느님입니다. 우리는 성전을 통하여 계시되는 하느님도 알아볼 수 있는 신앙의 눈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외눈박이 신세를 면하고 삼위일체 하느님을 온전히 알아보게 됩니다.

『치빌타 카톨리카Civiltà Cattolica』(가톨릭 문명)는 유럽 사회가 산업 혁명으로 인한 사회 분열로 여기저기서 신음하던 1850년 이태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시대의 징표를 읽고 가톨릭 문명을 지키고자 가톨릭 지성인들의 의식을 모으는 등불이 된 것입니다. 제1,2차 세계 대전 동안에도 끊이지 않고 발행되었고 특히 오늘의 세상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탐구하는 구도의 여정을 걸어오면서 역사의 하느님을 찾아 왔습니다.

『치빌타』는 지금까지 이태리어로 발행되었는데, 2017년 1월부터는 영어, 스페인어, 불어판도 함께 발행됩니다. 통권 4,000호가 발행되는 2017년 2월 첫 토요일에 는 교종께 네 개의 언어로 『치빌타』를 헌정하게 되는데, 이때에 한국어판도 함께 헌정할 것입니다. 한국어판은 2017년 1월부터 매월 3개의 아티클을 번역하여 예수회 한국관구의 홈페이지를 통하여 e-Book 형태로 무료 제공됩니다. 또한 3개월에 한 번 한정본을 인쇄하여 배부할 예정입니다. 『치빌타』 한국어판 간행을 계기로 하여 한국 교회에서도 복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도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바라며 또한 가톨릭 문명 건설에 이바지할 지성인들이 더 많이 배출되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한국어판의 출간은 광주대교구 김희중 대주교님의 제안을 듣고 그동안 가능성을 모색해 오다가 마침내 예수회 36차 총회 참석을 계기로 하여 열매를 맺게 되었습니다. 등대지기가 되어 앞길을 밝혀 주신 김희중 대주교님과 편집장 스파다로 신부님 그리고 바쁘신 가운데에도 기꺼이 번역 작업에 함께해 주시는 번역진께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7년 1월 3일 예수회 성명 축일에
한국어판 편집인 정제천 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