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책장으로 넘어가기에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교종 프란치스코와 아일랜드 예수회원들의 만남

“OCCORRE RIDARE VITA”
Papa Francesco in dialogo con i gesuiti in Irlanda1)

교종 프란치스코
김학준 라우렌시오 S.J. 옮김

  세계 가정대회 참석을 위해 아일랜드를 방문 중이던 교종 프란치스코는 2018년 8월 25일에 아일랜드 예수회원들을 만났다. 만남은 오후 6시 20분에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교종은 성 학대 피해자 8명과의 만남을 연장하기로 했고, 예정보다 길어진 한 시간 반 동안 그들을 만났다. 교종은 6시 40분경에 예수회원 63명이 모인 교황대사관 내 응접실에 입장했다. 그 가운데에 아일랜드 라포 교구의 앨런 맥거키언 주교와 오타와 대교구의 테렌스 프렌더개스트 대주교도 있었다. 또한 예수회 식별과 사도직 기획에 대한 총장 자문위원인 존 다디스 신부도 함께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예수회원 가운데 세 명은 이제 잠비아-말라위 관구 소속이 되었고 그중 한 명은 남수단에 거주한다. 미국, 캐나다, 카메룬에서 와서 양성 중인 세 명의 예수회원도 있었다.

  관구장 레너드 A. 몰로니 신부는 먼저 모두를 대표하여 환영인사를 건넸다. “우리 형제이신 교종 성하, 아일랜드 예수회원들을 대표하여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케드 밀라 폴타’Céad míle fáilte! 이 말은 환영을 뜻하는 전통적인 아일랜드 표현으로서 ‘백 번 천 번 환영합니다.’라는 뜻입니다. 저희는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이자 성 이냐시오의 아들로서 성하를 환영합니다.” 이어서 몰로니 신부는 교종이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이 ‘친밀하면서도 비공식적인’ 자리에 함께해주는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특히 “아버지 하느님의 자비롭고 사랑스러운 얼굴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깊은 믿음을 보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성하께서는 어려운 시기에 신앙을 매력적으로 드러내주십니다.” 하고 말했다.

  몰로니 신부는 ‘자유, 식별, 영적 동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는’ 헌신에 관해 이야기했다. 『치빌타 카톨리카』에서 자주 전했듯이, 교종은 사도 방문 때 예수회원들에게 이러한 투신을 여러 번 요청했다. 관구장 신부는 참석자들을 언급하며 이야기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저희는 그다지 젊지 않습니다. 성하는 이 자리에서 가장 젊은 축에 드십니다! 그러니 성소를 위해 기도해주시길 청합니다. 저희 관구는 모든 것 안에서 섬기고 사랑하려는 커다란 용기와 열망을 갖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번 주에 성하께서 기도와 단식을 부탁하시며 교회 안에서 학대의 악을 뿌리 뽑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달라고 요청하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관구장은 이렇게 환영사를 마무리했다.

  교종 성하, 이곳에 와주시고 저희의 여정에 함께해주심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특히 리더십이 주는 부담감에도 기쁨과 유머, 평온함을 보여주심에 무척이나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성하께서 평화 속에서 용기를 갖고 사명을 수행하실 수 있도록 기도할 것입니다. 그리고 언제든지 필요하실 때 도와드릴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십시오!

  안토니오 스파다로 S.J.

  이어서 프란치스코 교종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모임을 서두르는 상황이 되어 미안하네요. 이 모임에 늦었지만, 또 곧바로 가정대회에 가야 합니다. 주어진 정확한 일정을 지켜야 하지요. 우선 오래전에 제가 아일랜드에 처음 왔을 때, 밀타운에서 배운 영어를 이제 모두 잊어버려 미안합니다. 영어로 말하는 것이 제게는 쉽지 않습니다. 심리적 한계임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대단히 감사합니다.

  성 학대 피해자 여덟 명을 만나고 오느라 늦었습니다. 아일랜드에서 미혼모에게서 자녀를 빼앗아 가는 사례도 있었음을 저는 알지 못했습니다. 이 이야기가 특히 제 마음을 건드렸습니다. 오늘 아동청소년부 장관이 저에게 이 문제를 말해주었고 그에 관한 기록을 보내주었습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특별한 도움을 청하고 싶습니다. 아일랜드 교회가 이 역사를 끝낼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이 역사를 끝낸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요? 단지 다음 페이지로 책장을 넘겨버리는 것이 아니라, 치료와 보상 등 상처를 치유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실행하여 많은 이에게 생명을 되돌려주라는 것입니다. 제가 최근에 하느님의 백성에게 쓴 편지는 학대의 수치스러움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그것을 반복하여 나누고 싶습니다.

  제가 아주 명확하게 이해한 부분이 한 가지 있습니다. 이 학대의 비극은, 특히 광범위하게 일어나 어마어마한 추문을 낳은 경우에는, 칠레와 이곳 아일랜드 혹은 미국을 생각해보십시오, 그런 곳의 교회 상황은 하느님의 백성에게 다가가지 못하게 만드는 엘리트주의와 성직주의가 만연하다는 사실입니다. 엘리트주의와 성직주의는 온갖 형태의 학대를 눈감아줍니다. 그리고 성 학대는 최초로 이루어지는 학대가 아닙니다. 권력과 양심에 대한 학대가 먼저 일어납니다. 이 부분에서 여러분의 도움을 청합니다. 용기! 용기를 내십시오! 저는 잘 정리하여 보고된 이야기들을 보면서 정말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여기 다른 방에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너무나 비통했습니다. 여러분을 위한 특별한 사명은 바로 이것입니다. 이 일을 해결하고, 양심을 변화시키며, 상황을 솔직하게 직시하기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또 다른 이야기를 해봅시다. 관구장님은 제가 신앙을 기쁜 것으로 만들어주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정말일까요? 제가 서커스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데도! (이 대목에서 교황님과 참석자들은 크게 웃었다.) 물론 아니죠. 이것은 복음의 기쁨입니다. 복음의 신선함이 여러분이 평화를 잃지 않은 채 앞으로 나아가게 해줍니다. 우리는 복음의 신선함과 기쁨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일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기쁨을 주려고 오신 것이지, ‘도덕적 결의론’casistica morale2)
을 주려고 오신 것이 아닙니다. 열린 마음과 자비를 주려고 오셨습니다. 예수님은 죄인들을 사랑하셨습니다. 이런, 지금 보니 제가 여러분에게 설교하고 있군요…. 그러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 어쨌든 예수님은 죄인들을 사랑하셨습니다…. 그분은 그들을 사랑하셨습니다! 하지만 부패한 사람들은 매우 싫어하셨습니다! 마태오 복음 23장에는 예수님께서 부패한 이들에게 뭐라고 말씀하시는지 그 예가 담겨있습니다.

  복음의 신선함을 지닌다는 것은 죄인들을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 고해사제는 죄지은 사람이 고해하러 올 때, 그 사람이 자유롭고 새로워졌다고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맞이합니다…. 그리고 고해자가 말하기 힘들어하면 강요하지 않고 그저 “이해합니다. 이해해요.”라고 말하면서 그 사람이 당황하지 않게 해줍니다. 그는 고해성사를 고문실이나 심리분석실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와의 대면으로 만듭니다. 우리는 자비로운 예수님의 모습을 비추어 보여야 합니다. 간음한 여인에게 예수님께서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몇 번에 걸쳐 누구와 간음했느냐?” 아닙니다! 그분은 단지 “가서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복음의 기쁨은 예수님의 자비, 바로 예수님의 온유입니다. 예수님은 군중들, 소박한 사람들, 보통 사람들을 좋아하셨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복음의 중심에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예수님을 따르며 치유를 받고 배불리 먹습니다. 신부님이 (교종은 관구장을 바라보았다.) 기쁨에 대해 말했을 때, 바로 이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또한 신부님은 자유, 즉 식별의 자유를 언급했습니다. 저는 식별을 믿습니다. 우리는 식별을 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식별은 하느님의 뜻을 찾으며 기도 안에서 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소 이단처럼 들릴 수 있어도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만, 성체 안에 예수님께서 계시듯 식별 안에 성령께서 함께하십니다. 제 안에서 활동하시는 분은 성령이십니다. 그러므로 가서 여러분이 생각지도 못했던 길을 찾으십시오…. 이것이 자유의 영, 곧 우리 안에서 항상 활동하시는 영이십니다. 우리가 자유에 대해서 말할 때 이 점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교종이 관구장에게 물었다.

  수련자가 몇 명인가요?

  관구장은 수련자 세 명이 한 수련원에 생활하는데, 아일랜드 출신 한 명, 영국 출신 두 명이라고 답했다. 교종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제가 걱정하는 것이 바로 성소입니다. 만약 사람들이 더는 우리의 삶에 대해 열정을 느끼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 후배 세대를 받으려면 우리 삶을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혹은 이미 성소가 말라버린 상태입니까? 성소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 성소의 열매를 갈망하며 열심히 기도한다면,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풍요로운 결실을 보게 해주실 것입니다. 믿음을 가지십시오. 우리 각자는 자식들을 다독일 줄 알아야 하고 손주들과 이야기를 나눠야 합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에게는 아들이나 손자가 거의 없습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예수회에서 성인이 많이 나왔습니다만… 우리는 스스로 생각해보고 질문해야 합니다. 어떻게 되어가는가? 여전히 밖에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여러분의 기도를 당부합니다.

  이어서 교종은 혹시 질문이 있는지 물었다. 마이클 빙엄 신부가 일어나 말했다. “질문은 아닙니다만, 성하께서 보여주시는 연대의 모범에 대해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재소자들과의 연대가 그렇습니다.” 교종이 대답했다.

  신부님이 아시는 수감자들에게 제 인사를 꼭 전해주십시오. 저는 재소자들을 사랑합니다. 그들에게 특별한 연민을 느낍니다.

  브렌던 맥마너스 신부가 학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가 취해질 수 있는지 질문했고, 교종이 대답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학대 사례를 고발해야 합니다. 성 학대는 제가 앞서 말한 대로 힘과 양심을 남용한 결과입니다. 힘을 남용하는 일이 실재합니다. 우리 중에 권위적인 주교를 한 명도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까? 교회 안에는 언제나 권위적인 주교들과 수도회 장상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권위주의는 성직주의입니다. 결단력 있게 권위를 지니고 파견하는 것이 때때로 권위주의와 혼동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둘은 서로 다릅니다. 우리는 권위주의를 극복하고 파견에 대한 순명을 재발견해야 합니다.

  그다음 존 캘러넌 신부가 나서서 질문했다. “그런데 성하께서는 당신께 일어나는 모든 일들 속에서 어떻게 마음의 행복을 유지하며 지낼 수 있으신가요?”

  그것은 은총입니다. 저는 40년 동안 매일 아침기도를 바치고 나서, 유머감각을 청하는 성 토머스 모어의 기도를 암송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저에게 유머감각을 주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체로 유머감각이 있습니다. 니콜라스 신부님은 우리가 콜벤바흐 신부님에게 노벨 유머상을 드려야 한다고 종종 이야기하셨습니다.3)
콜벤바흐 신부님이 모든 것에서 웃음을 잃지 않았고, 심지어 자기 자신과 자신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도 웃어 보이셨기 때문입니다. 이런 은총을 청해야 합니다. 제 유머감각이 제대로 된 유머인지 모르겠는데, 어쩌면 그냥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대목에서 모두가 웃었다.) 유머감각이 있다는 것은 성령께서 주시는 위로의 열매입니다. 저는 저에게 도움이 되는 것 한 가지를 강조합니다. 곧 예수회원은 항상 위로를 추구해야만 하고, 위로받고자 항상 애써야 합니다. 실망 속에 있을 때는 무미건조합니다. 위로는 성령의 치유제입니다. 강할 수도 있지만, 아주 작을 수도 있습니다. 가장 작은 위안은 내적인 평화입니다. 우리는 이 평화를 지니고 살아야 합니다. 평화 속에 살지 않는 예수회원은 영적 실망 속에 사는 것입니다.

  마이클 오설리번 신부가 일어나서 말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성하를 이곳 밀타운에서 1980년대에 만난 적이 있습니다.” 교종은 그의 이름을 물었고 그를 기억해냈다. 또한 그가 아는 또 다른 예수회원의 이름도 떠올렸다. 오설리번 신부는 학대 사건의 책임에 대하여 질문했다. 교종은 당연히 책임을 지되 지역 교회의 체계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한다고 대답을 시작했다. 그런데 교종의 일정 담당자가 들어와서 모임을 마무리해줄 것을 교종에게 요청했다. 일정이 지체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로 예수회원인 조지 팰런 수사가 모두를 대표하여 교종에게 병자를 위한 봉성체용 성합을 선물하면서 “이번 방문 동안 주님께서 성령의 은사와 지혜를 성하께 내려주시기를 청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안타깝게도, 보통 행해지는 단체사진 촬영이나 한 명씩 인사를 나누는 시간은 갖지 못했다. 교종은 다 함께 성모송을 바치자고 청하였고, 모두 일어나 기도했다. 기도를 마친 후 퇴장하기 전에 프란치스코 교종은 휠체어에 앉아 앞줄에 있던 원로 예수회원들과 나누는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1) La Civiltà Cattolica, 4038 III (15 settembre 2018), 447-451.
2) 역자 주: 율법에 따른 옳고 그름의 판단.
3) 아돌포 니콜라스 신부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예수회의 총장이었고, 피터한스 콜벤바흐 신부는 1983년부터 2008년까지 총장이었다.